맥은 이곳에 감금된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생각하지않기로했다. 정확히는 그런것을 생각하기에 오랫동안 잠을 자지못한 맥의 뇌가 한계라고 소리쳤기때문이다. 맥이 고개를 숙인채 무거운 눈꺼풀을 내렸다. 헤르만이 오기전에 조금이라도 자고싶었지만 헤르만은 그런것을 허락하지않는다는듯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밥을 또 안 먹었군."
"네가 준건데 먹을리가있나."
"그렇게 해봤자 자네에게 이득이 없다는걸 알아줬으면하는데."
헤르만은 몸을 숙여 누워있는 맥의 앞에있는 그릇을 들어올렸다. 그릇에 담긴 스파게티는 가져왔을때의 모습 그대로 있었고 헤르만은 한숨을 쉰 채 탁자위에 그릇을 놓았을뿐이었다. 저 스파게티는 누구하나 입도 대지못한채 버려질것임을 맥은 알고있었고 음식재료들에게 애도를표했지만 그가 준것은 입도 대고싶지않다고 생각했다.
"목은 마르지않나?"
"안 말라."
"의심도 많군. 그럴줄알고 자네 앞에서 병을 열기로했지."
헤르만은 물병을 바닥에 내려놓은채 맥을 억지로 일으켰다. 비틀비틀거리는 맥을 억지로 앉혀놓고 맥의 반대편에 앉았다. 맥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벽에 기대어 숨을 쉴 뿐이었고 헤르만은 그런 맥을 보며 들고온 책을 펼쳤다.
"세뇌의 3단계."
헤르만은 무심한 표정으로 책을 펼치며 말했다. 그 말을 듣는 맥은 이미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듯해지만 헤르만은 그것에 신경쓰지않고 그저 '세뇌의 3단계'라는 말만 반복해서 말할 뿐이었다. 맥은 제 잠을 방해하는 그 목소리가 너무 거슬렸고 결국 힘겹게 눈을 뜨며 헤르만을 바라보았다.
"좀 닥쳐."
"1단계. 해동."
"그거 저번에도 읽었잖아."
"세뇌잖나."
"시발 진짜 외울기센데."
"장시간 심문하거나 독방에 가두거나 수면부족상태가 되게하여..."
헤르만의 목소리가 끔찍하다 생각하며 맥은 다시 눈을 감았다. 맥이 눈을 감는것을 본 헤르만은 읽었던 구절을 반복했고 그것에 짜증난 맥이 눈을 뜨면 그제서야 다음 구절로 넘어갔다. 맥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저 빌어먹을 세뇌의 3단계를 다 읽으면 저를 내버려두겠거니하고 억지로 눈을 뜨고있었다.
"...세뇌가 이루어진다."
"그 빌어먹을 책말고 차라리 성경을 읽어줘."
"싫네만."
헤르만은 웃으며 책을 덮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헤르만은 저 두꺼운 책에서 늘 저 부분만 읽고 책을 덮었다. 마치 그 세뇌의 3단계를 맥 자신에게 적용시킬것이라 예고하듯말이다. 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애써 이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런 맥을 보며 헤르만은 웃으면서 물병의 뚜껑을 열어 맥의 입에 가져다대었다.
"마시게나."
맥은 크게 반항하지 못하고 헤르만이 물병을 기울여주는대로 물을 마셨다. 제 페이스대로 물을 마시지못해서인지 대부분의 물은 바닥에 흘리거나 맥의 턱을 타고 내려가서 목을 타고 흘러내려 옷을 적셨다. 물병의 물을 다 마시게하고나서야 헤르만은 맥의 입에서 물병을 뗴었고 맥은 기침을 해대었다.
"바닥에 질질 흘리고. 세살배기 어린애도 이정도는 안 흘리겠군."
"넌 주둥이를 닫았을때가 더 나은것같다."
"어째서?"
"입이라도 닥치면 화는 안 돋구.."
헤르만은 그런 맥의 말을 다 듣기도전에 맥의 머리를 눌러 바닥에 쳐박았고 맥은 한순간 시야가 새까매지는걸 느꼈다. 새까매졌던 시야는 서서히 흐릿하게 돌아왔고 맥은 그 흐릿한 시야에서 헤르만이 웃는걸 보았다.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인것같네."
헤르만은 맥의 머리를 누른채 그의 얼굴을 바닥에 비볐고 맥은 자신이 마시다 흘린 물과 바닥에 있던 흙이 입안으로 들어오려는것을 최대한 저지했다. 입을 다물고있는것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없었던 맥은 그저 묶여있는 제 손을 바들바들떨며 몸을 움찔거리는것밖에 할 수없었다.
"그래도 여기가 자네 자는곳인데 깨끗하게 해야지."
맥이 더이상 움직이지않자 헤르만은 그제서야 맥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턱을 들어올려 맥의 얼굴을 보았다. 얼굴 부분부분에 묻은 진흙을 손으로 닦아내며 헤르만은 애써 그림자가 길어지려는것을 막았다.
"눈을 뜨게."
"..싫..어.."
맥은 힘겹게 대답했고 헤르만은 맥의 몸을 안아들었다. 뒤로 손이 묶여 안겨서도 비틀거리는 그의 고개를 제 어깨에 기대게한채 턱을 간질이거나 눈가를 더듬거렸다.
"그만해..."
"키스해주면 그만하겠네."
"시발 진짜..."
맥은 힘이 빠진 제 몸을 움직이려하자 헤르만은 한손으로 맥의 눈을 가렸고 그는 짜증난다는듯 고개를 저었지만 헤르만은 그저 그대로하게나.라고 말할뿐이었다.
"진짜 죽여버릴꺼야 개새끼..."
눈은 가린채 헤르만의 입술을 찾듯 더듬거리며 제 목부터 시작해 입술을 대는 맥을 헤르만은 웃으며 바라볼뿐이었다.
맥을 감금한지 한달이 다되어가는 이 시점에 맥은 헤르만의 말을 듣지않으면 제몸에 해가된다는것을 본능적으로 알게되었다. 헤르만은 그것에 만족하기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