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 - 돌연변이 최군/글 2015. 2. 22. 04:52
"조니워커. 들립니까 조니워커?"

맥은 주위가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슬금슬금 올라오는 기분나쁜 검은색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웠는데 자신을 부르는 보이스의 목소리와 울음끼가 섞인 제임스의 목소리를 듣다 이내 정신을 잃었다. 그날 임무는 실패했다.

돌연변이에게 공격을 받은 맥은 깨어났을 때 밤이 아니라 자신의 눈이 안 보인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눈을 안 보이게하는 성질이 몸에 영원히 있는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빠진다는 점이었다. 닥터 하이드로의 말에 의하면 짧으면 삼일. 길면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사과하러 온거냐?"

분명 눈이 보이지않음에도 불구하고 맥은 제임스를 보며, 정확히는 제임스가 있는 방향의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임스는 고개를 숙인채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맥의 손 끝을 잡았다.

"죄..송해요..."

제임스는 죄송하다는 말만 연신 내뱉었다. 맥은 그런 제임스의 얼굴쪽에 손을 뻗어 더듬거리며 제임스의 얼굴을 만지더니 이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완전히 실명한것도 아니란다. 그러니까 괜찮아."
"하지만..."
"하지만 뭐."
"제가...보이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만 않았어도...이렇게는 안 되었을꺼잖아요."

제임스는 자신의 죄를 토하듯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내뱉었고 맥은 잠시 침묵했다. 그 짧은 침묵에 제임스는 자신이 맥에게 미움받을까봐 두려웠고 이내 그 생각에 울음이 터져나왔다.

"죄송해요...죄송해요 맥..."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연신 죄송하다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제임스의 목소리를 맥은 아무말 없이 듣기만했다. 그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켜서 오히려 제임스의 불안을 더 가증시킬뿐이었다.

"B."
"...네."
"애초에 네가 보이스 목소리를 잘 들을꺼란 생각는 안 했다. 넌 싸우면 이성이 없어지니까."
"..."
"그리고 그런 너에게 오는 적을 견제하는게 후방에서 싸우는 내 역할이지."
"무슨 말이 하고싶은거예요?"
"...내 실수였다는거야."

아니..예요!라고 소리치며 제임스는 의자에서 벌떡일어났고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에 맥은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그 조금 찌푸린 것에 제임스는 초조해하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내 실수였어."
"제가 잘못한거예요."
"너 내가 말하는걸 뭘로 들은거냐..."
"그럼 제 역할은 뭔데요!"

제임스는 답답하다는듯 다시 한번 큰소리를 질렀고 맥은 보이지도 않으면서 버릇적으로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이지않아 초점을 잃은 맥의 눈을 보며 제임스는 울음끼가 잔뜩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런 당신을 지켰어야했어요."
"...그래. 그럼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하자."
"싫어요."
"이상한데서 고집부리지마라."
"싫어요. 어디로보나 내 잘못인데 왜요? 보이스의 돌연변이가 나타난다는 예고를 무시한 건 저인데!"

제임스는 이내 울면서 말했고 소리질러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닦았다. 맥은 그런 제임스의 얼굴에 있는 눈물을 닦아주며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을했다.

"목쉰다. 차분하게 이야기해보자."
"...눈도 안 보이는 사람이 왜 이렇게 차분한데요."
"영원히 안 보이는건 아니라니까."
"진짜 태평해요...진짜 걱정하는 사람 속만 다 긁어놔..."
"새삼."

결국 내잘못이네.라고 주장하는 누구도 이기지 못할 싸움은 그만두고 맥이 다 나을때까지 제임스가 간호를 하기로했다. 맥은 아픈놈한테 간호를 받다니!라며 웃었고 제임스도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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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 - 이름 최군/글 2015. 2. 22. 01:35
묘하게 임무를 자주 같이 나간다고 B는 생각했다. 제 앞에 있는 닉네임 조니워커 또한 그런 생각을 할지 한 순간 궁금했졌으나 그 의문을 회복제와 함께 삼켰다. 조니워커란 닉네임을 가진 이 남자는 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고 노래는 어찌나 시끄럽게 듣는지 저한테도 노래 소리가 다 들렸다. 제 앞의 적을 보는데 급하기에 한 번도 조니워커가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지만 저렇게 소리가 들리지않는 상태로도 잘 싸운다 싶었다.

"보고는 내가 하마."
"네? 또..요..?"
"그래. 내가 할테니 넌 집에 먼저 가라."

그렇게 임무가 종료되면 늘 먼저 자신이 보고하겠다며 통보를 해버리고는 문을 열어 먼저 가버린다. B는 그런 조니워커의 행동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무어라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렇게 서먹하게 같이 임무를 한 지 몇번이 지났을까. 저에게 너무 무모하게 싸운다며, 기습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그에게 B는 고마움을 느끼고있었다.

"그라믄 고맙다카면되는거지. 멀 고민하고 자빠졌누?"
"해볼려고 했는데 말이죠..."

B도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안 해보려는 건 아니었지만 늘 그 놈의 이어폰이 문제였다. 저 이어폰 고장나 버리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지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긴도 해보았다.

"저...조니워커!"

그래서 힘겹게 큰 소리를 내어 불러보았지만 노래소리이 묻혀서 안 들리는 것인지 맥은 대답을 하지않은채 보고할 내용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후에도 몇번을 불러보았지만 그 때마다 맥은 노래를 듣고있었다.

"타이밍 한 번 죽여주는구마."
"놀리지말아주세요..."

그런 B의 사정을 아는 비광은 B의 고민 상담과 동시에 놀려먹기도 자주했지만 며칠째 고맙다고 말하지 못하는 B를 보며 조금 측은해하기도했다.

"그라믄 이름을 불러삐라. 놀래가꼬 봐삐구로."
"늘 부르고 있어요."
"아니 그 요상한 닉네임? 그란거 말고."
"...제가 어떻게 이름을 알아내요..."

그그는 인자 고민해봐야긋제. 라고 놀리는 듯함 말투로 말하는 비광을 보며 B는 한숨을 쉬었지만 생각보다 그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베니의 오래된 서류정리를 도와달라는 부탁에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서류 정리를 도와주고 있을 때였다. 생각보다 정리할 서류들은 많았고, 아무리.정리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서류들을 보며 베니는 조금 쉬었다하자며 음료수를 사러나갔다. B는 그런 베니를 기다리며 조금조금씩 서류들을 정리했다. 그러다 발견한 선수등록서류들을 본 B는 일순간 충동에 휩싸였다.

"...조니..워커...제이...제이..제이..."

베니라면 ABC순으로 정리해놓지않았을까...라고 생각하며 B는 조니워커의 선수등록서류를 찾기시작했고 얼마되지않아 그것을 찾을 수 있었다. 맥의 무심해보이는 얼굴과, 그의 본명이 적힌 선수등록서류. B는 몰래 나쁜짓을 하듯 슬쩍 서류에서 이름을 보았다.

"...맥 마나만이 아니라 맥마나만이구나...특이한 이름이네."

베니가 오기전에 서류를 원래대로 해놔야 하는걸 알면서도 B는 맥의 선수등록서류를 쳐다보며 맥의 이름을 부르는 걸 연습했다.

"맥마나만...맥마나만...아 부르기 좀 어렵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부끄러운듯 종이로 얼굴을 가리고는 입술을 달싹이며 뜸을 들이더니 이름을 내뱉었다.

"맥...맥......"

종이에 가려져있는 B의 얼굴을 대신하듯 새빨개져있는 귀와, 긴 텀을 두고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는 잠시 멈추더니 다시금 이름을 내뱉었다.

"스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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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 - 손 최군/글 2015. 2. 22. 00:17
"이러는거 싫지않아요?"

B는 자신과 마주앉은 맥의 장갑을 벗기면서 질문을 던졌다. 맥은 평소에도 제 말에 대답을 잘 해주지않았기에 답을 바라지 않은 질문이었지만 이때만큼은 맥은 대답을 해주었다.

"싫으면 벌써 총을 쐈겠지."

그런 맥의 대답에 작게 웃은 B는 그러네요. 라는 대답과 함께 맥의 손에서 벗겨낸 장갑을 고이 접어 자신의 앞에 놔두었다.

"언제는 싫다더니."
"만져도 좋다고 했으니까요."
"괜히 허락했군."

맥은 그러면서도 B가 잡고 있는 제 손을 빼지 않았고 B는 그런 맥의 손을 마주잡아 깍지를 꼈다. 깍지를 낀채 엄지손가락만을 움직여 맥의 손을 쓰다듬은 B는 맥의 표정을 살폈다.

"왜 그러냐?"
"정말 괜히 허락했다고 생각해요?"
"..시끄러워."

그것이 맥이 대답을 회피하는 버릇임을 알았기에 B는 깍지를 낀 손가락을 천천히 빼내고 맥의 손바닥을 약하게 손톱으로 긁었다. 맥은 기분이 묘한듯 미간을 찌푸렸고 B는 그것을 놓치지않았다.

"죄송해요."
"됐어."
"그냥...갑자기 그러고 싶었어요."
"후...그래. 괜찮으니까 마저 해."

찌푸렸던 미간을 핀 맥은 B가 하는 행동을 잠자코 바라보았다. 제 손바닥을 부드럽게 훑으며아래로 내려간 B의 손은 제 손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몇 번을 손목을 쓰다듬던 그 손은 다시 위로 올라와서 손가락을 쓰다듬다가 다시 깍지를 꼈다.

"손목은 왜 만졌냐."
"그냥요...그냥 그러고 싶었어요."

B의 그런 대답에 맥은 더이상 캐물어보지않았다. 이 기묘한 손장난이 시작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에는 비가 맥의 손을 잡아도 되냐고 물었고 맥은 늘 그렇듯 언제든지 만져도 좋다고 허락했다.

"저..왼손도...만져도될까요...?"
"...자."

망설이다 힘겹게 허락을 구하듯 물어보는 B의 노력이 가상해서 허락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의미를 두지않는 것인지 맥은 왼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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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 - 영화 최군/글 2015. 2. 19. 00:45

톰이 맥을 부르는 호칭은 빠른 시일 안에 변해갔다. 처음에는 킬러 아저씨. 그 다음에는 아저씨. 그 다음은 조니형. 요근래는 그냥 맥, 혹은 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에 비해 맥이 톰을 부르는 호칭은 늘 한결같았다.


"투수. 콜라가 좋냐, 사이다가 좋냐."

"형 집에는 콜라밖에 없잖아요."

"사이다가 마시고 싶으면 밖에서 사오라는 뜻이지."

"그냥 콜라 먹을래요."


맥은 알았다고 말하고는 냉장고에서 콜라 한 캔을 꺼내서 톰에게 쥐어주었다. 톰은 캔의 끝 부분을 만지작거렸고 맥은 소파에 앉아서 기원전 영화DVD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래서 뭐 볼 껀데요?"

"고민 중이다."

"고민해봤자 매일 보던거만 볼 꺼잖아요. 안 지루해요?"

"지루하기보다는 익숙해서 좋지."

"익숙한게 좋아요?"

"아마도."


맥은 애매한 답을 남기고는 CD를 꺼내 플레이어에 넣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톰은 콜라 캔의 뚜껑을 열어 콜라를 홀짝거렸다. 톰이 콜라를 다 마셔갈 때 쯤 영화는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여자 배우가 이쁘네요."

"그렇지."

"그런데 스토리는 별로다."

"그렇지."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맥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톰은 그런 맥의 반응에 지쳤는지 빈 콜라 캔만 만지작거렸다. 톰은 맥의 영화 취향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같이 영화 보는 것을 관두지는 않았다. 톰은 익숙해져버린 대사따라하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간 또한 익숙해져버린 것이라고 생각하기로했다.


"영화 끝났네요."

"다른거볼까."

"배고픈데..."

"그럼 먹으면서 보면 되는거지. 라면 끓일껀데 먹을꺼냐."

"저 많이 먹을껀데!"


맥은 새삼스럽다는듯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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