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가맥 - 서점 최군/글 2015. 2. 26. 17:19
헤르만은 작은 서점의 사장이었다. 서점에 입고하는 책도 제멋대로이고 위치 또한 찾기 힘든 골목길에 위치하고있었기에 손님이라곤 단골 손님밖에 없는 그런 서점의 사장이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손님이란건 헤르만에게 신기한 일이자 생각보다 흥미로운 일이 아닐수없었다. 그것도 어느정도 나이를 먹은 사람이 아닌 청년이 찾아오는 것은 더더욱말이다.

그 손님은 책을 주의깊게 보는 것같지않았다. 얼핏보면 아무 책이나 집어서 읽다가 페이지 넘어가는 소리가 몇 번 들리고는 그 책을 그대로 집어 계산 하러왔다. 그리고 바코드르 찍는사이 잡지코너를 보더니 예의 그 잠시만요.란 소리를 하고 늘 같은 여성지를 집어왔다.

"사은품이 있는데 드릴까요?"
"...아뇨."

질문에 짧게 생각하는 듯 하더니 아니라고 말한 그 손님은 책이 들어있는 봉투를 받아들고 서점 밖으로 나갔다. 내일도 오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하며 헤르만은 읽던 성경을 마저읽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손님은 똑같은 여성지를 골라왔다. 헤르만은 일순간 왜 같은 잡지를 또 사가는지 알 수없었다. 어제도 받아가지않은 사은품이지만 손님에 대한 예의였으므로 헤르만은 어제와 같은 질문을 했다.

"사은품이 있는데 드릴까요?"
"...네."

어제와는 다른 대답을 하며 그 손님은 부끄러운 듯 시선을 돌렸다. 헤르만은 그가 귀엽다고 생각하며 사은품인 파우치를 봉투안에 넣어주었다. 봉투를 건네받은 그는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서점을 재빠르게 나갔다.

"생각보다.."

귀엽군.이라고 중얼거린 헤르만은 그가 사갔던 여성지를 한 번 펴보았다. 말이 여성지고 실제 내용은 화장품 광고가 대부분이고 화장법 몇개와 가십거리가 실린 그냥 평범한 잡지였다. 다른 여성지에 비하면 내용 훨 부실한 그런 잡지.

어찌되었건 그 손님은 매일왔고 여성지는 한 달에 한번 사가며 사은품은 꼭 챙겨갔다. 그리고 문을 안 열었던 다음날에 온 그 손님은 헤르만에게 물어보았다.

"언제 쉽니까?"
"쉬는 날은 정해져있지않습니다만...왜 그러시죠?"
"어제 안 열려있어서.."

말을 끝맺지는 않았지만 그가 어제 서점까지 왔다가 헛걸음을 했을것이란건 헤르만도 알 수있었다. 이때까지 손님들은 그렇게 갑작스레 문을 닫아도 별 다른 말을 안했기에 넘어갔었지만 그 손님으로 인해 헤르만은 쉬기 전 날 손님들에게 다음날은 쉽니다. 라고 말을 하기시작했다.

그 손님이 헤르만의 서점에 드나든지 벌써 두계절이 지났다. 때늦은 겨울에 몰아친 폭우를 예상하지 못했는 듯 그는 젖어버린 코트를 입구에 걸고 젖어버린 흰 머리를 털고 서점 안으로 들어와 책에 손을 대지 않고 제목 만을 바라보았다. 헤르만은 그런 그에게 수건을 주었고 그는 처음에 사양하는 듯하더니 이내 책과 멀리 떨어져 머리를 수건으로 털었다.

"오늘 비가 온다했는데...모르셨습니까?"
"라디오가 고장났습니다."

어제 고치려했다가 까먹었거든요.라고 말하며 그는 제 머리를 털었던 수건을 정리하여 헤르만에게 건네주었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도 잊지 않고. 그는 단편집 한 권을 골랐고 헤르만은 책을 담은 봉투와 함께 우산을 건네주었다.

"아뇨...그냥 뛰어가면 됩니다만."
"그래도 쓰고가십시요."
"그럼 사장님은 뭐 쓰실려구요."
"하나 더 있으니 괜찮습니다. 찝찝하거든 내일 가져다 주시면 되는거아닙니까?"

헤르만은 그에게 우산을 쥐어준채 밖으로 내몰았고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럼...내일 들고오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우산을 쓰고 빗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날 헤르만은 비를 맞고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서점에 오지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비가 쏟아지던 그 3일 내내 그는 서점에 오지않았다. 그날로부터 3일이 지난 후 그가 늘 사가던 책의 마지막권과 매달 사가던 여성지가 입고되었다. 그는 그것을 알기라도 한 듯 3일이지난 그 날 서점에 들어왔다. 그는 그렇게 마지막권을 들고 계산대에 서며 우산을 건네주었다.

"다음날 들고왔어야했는데...죄송합니다."
"이렇게 돌려주러 오셨으니 되었습니다. 감기에 걸리셨습니까?"
"다행히 감기는 안 걸렸습니다."

헤르만은 그가 여성지를 집어올때까지 기다렸고 그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건네주었다. 잡지가 들어온 것을 모르는 것인가 싶어 헤르만은 물어보기로했다.

"xxx2월호. 들어왔는데 가져다 드릴까요?"
"...아뇨. 이제 안 사가도 되거든요."

그의 말에 헤르만은 포장을 다 한 책을 그에게 건네주어야함에도 잠시 멈췄고, 그는 그 것을 헤르만에게 가져가면서 코트를 여몄다.

"사장님. 그동안 실례많았습니다."

그는 그런 말을 남기고 마지막 권과 함께 다시는 서점에 오지않았다. 그리고 그 날에 맞추어 장마도 끝이났다. 헤르만은 늘 읽던 성경을 놔두고 그가 읽던 책을 읽기시작했다. 그리고 그 책을 집을 때마다 한 가지 생각을 했다.

"이름이라도 물어볼껄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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