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라진지 몇 년이 흘렀다. 선수라 불리던 그 사람들은 각기 제 삶을 꾸려나갔고 그 중 몇몇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연인이 되기도하고 결혼을 하기도했다. 물론 그렇지않은 관계들도 많았다. 예를 들자면 이 둘같은...

"맥마나만에대한 정보..들어온게 있나?"
"재촉하면 추가비용을 청구할꺼야."
"...벌써 몇 년째다."

이 접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법한 둘은 맥마나만이란 이름 하나때문에 계약관계를 맺었다. 헤르만은 오드리에게 맥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고 오드리는 그것을 받아들여 맥에 대한 정보를 찾고있었다. 물론 몇 년째 얻은 것이라고는 중간에 끊겨버린 그의 행동경로와 그의 동행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뿐이었다. 헤르만은 그 날 용기를 내야했다고 생각하며 딱히 즐기지도 않는 콜라를 마셨다.

"역시 콜라는 목이 아프군."
"그럼 왜 마시는거니?"
"...나도 잘 모르겠군."

헤르만은 콜라캔 입구를 만지작거렸고 오드리는 조금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마셨다. 저 바보같은 남자는 자기가 왜 그러는지 정말 모르는건지...자신이 봐도 알 수 있는 그걸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가 멍청하기 그지없었다. 오드리는 도시명 까지 세세하게 적힌 지도 중 한 곳을 가리키며말했다.

"맥을 이곳에서 봤다는 사람이 있어."
"...좀 진작에 말해주지그랬나."
"말하려는데 중간에 끊은게 누구지?"

헤르만은 조용해졌고 오드리는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짧은 순간에도 헤르만은 오드리의 손끝에 위치한 도시명에서 눈을 떼지않았다.

"병원을 들락날락거린다던데."
"그가 지병이 있었나? 아니면 술때문에?"
"자기 약을 받으러간건아닐꺼야."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는거지?"
"정기적으로 진통제를 받으러가는데...내가 아는 그 사람은 진통제에 의지하는 사람이 아니거든."

의지하려면 술에 의지할 사람이지.라는 말은 이미 헤르만에게 들리지않았다. 진통제..정기적으로...지속적으로 진통제를 먹어야하던 악당소년이 생각났을뿐이다.

"언제적 정보지?
"이틀전에 들어온정보인데 떨떠름한게 있어서."
"뭐가 떨떠름했지? 딱봐도 동행자의 약을 받으러간거아닌가?"
"이틀전부터 병원에 안 왔으니까."
"아직까지 있을수도 있지않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한 번 가보던가.당신이 그 곳에 가는데 내 돈과 시간이 깨지는건아니니까."
"...지도를 줄 수있겠나?"
"만페니."
"완전 강도로군."

그러면서도 헤르만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오드리에게 주었고 방금까지 오드리의 손에 있던 지도를 빼내어 카페밖으로 나갔다. 오드리는 남은 차를 다 마시고 나중에 음료값도 추가해서 받겠다는 생각을 했다.

헤르만이 그 도시에 도착하는건 오랜 시간이 걸리지않았다. 다만 문제는 그 도시가 생각보다 컸다는 것이고 그 곳에서 맥을 찾는다는건 어둠속에서 그림자를 찾는것보다 더 어려웠다. 그래도 헤르만은 포기하지않았다. 맥이 자주갔다는 병원부터 시작해서 그가 갈법한 장소는 다 둘러보았다. 헤르만은 모든 우연에 감사했다. 이 도시에 흰 머리를 가진 이가 많지않다는 것과, 병원의 의사가 자신의 거직말에도 속는 순진한사람이라는 것과 맥이 이 도시를 아직 떠나지 않았다는 점. 그 모든것에 감사했다.

"맥마나만."

헤르만은 맥의 집 앞에서 문을 두드렸다. 집 안에서는 말이 들리지않았고 헤르만 자신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만 복도에 울려퍼졌다. 대낮부터 낮술을 한 건아니겠지. 하긴 했다면 그 소년이 이미 말렸겠다 싶었다. 헤르만은 한 번더 노크를 했다.

똑-똑-

"들리나? 맥마나만?"

그리고 두세번 노크를 더 한뒤 헤르만은 혹시나 싶어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문은 열려있었고 헤르만은 그것을 이상하다 생각했다. 제가 아는 맥은 문을 열어놓고 살 남자가 아니었으므로

"맥마나만. 이봐 맥?"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물씬 풍기는 술냄새와, 그가 자주 피우던 담배냄새가 물씬 났다. 그 두개의 냄새뿐이었다면 헤르만은 집을비웠다 생각하고 돌아서 나갔을지도모른다. 그러나 진득하게 풍기는 화약냄새는 오래 묵힌냄새가 아닌 갓 피어나온 냄새였다. 헤르만은 오랜만에 섬뜩해지는 기분을 받았다. 그리고는 맥의 이름을 부르며 방문들을 열어제꼈다.

"맥...마나만..."
"...이제는 내가 별걸 다 보는군."

바닥에 널부러진 진통제와 바닥에 앉아서 탄피들과 총을 든 맥이 보였다. 헤르만은 그런 맥의 손에서 총을 뺏은 뒤 바닥으로 고개를 숙인 맥의 고개를 들었다.

"죽으려했나?"
"아...그랬던것같군."
"그 꼬마는? B는 자네가 이러는걸 알고있나?"
"지금 내 앞에서 울고있으니 알지않을까 싶은데."

헤르만은 드디어 맥이 미친건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만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집안에는 저와 맥밖에 없었고 그의 앞에서 우는게 아니라 화나서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헤르만 자신이었으니까.

"헤르만. 그녀석이 내게 신기한 짓을 하고갔어."
"신기한건 모르겠고 자네가 미쳤다는건 알겠군."
"아냐. 진짜 신기한 일이야. 한 번 보라고."

맥은 헤르만의 손을 내치고 품안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헤르만은 그 총을 뺏으려햇으나 맥이 그를 밀어내었다.

"잠자코 봐."

맥은 헤르만을 발길질로 밀어낸 상태로 총을 제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헤르만이 손을 뻗어 총을 집기에는 이미 늦었지만...그러나 집안에서는 총을 쏘는 소리나, 피냄새가 나지않았다.

"맥...!"
"봐. 안 죽는다니까?"
"자네는 꼭 내 앞에서..그건 우연이야!"
"우연이 7번이나 연속으로 있을수있나?"

맥은 처음으로 제 스스로 고개를 들어 헤르만을 바라보았다. 울었던 것인지 잔뜩 짓물린 그 눈가가 헤르만은 매우 거슬린다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 맥은 손에 들었던 총을 벽으로 향해 쏘았다. 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병에 구멍이 났고, 그 구멍 주변에는 6개의 구멍이 있었다.

"어디 이것도 우연이라고 해보지그래?"
"..."
"우연이라고 해보라고."

맥은 손에 쥔 총을 떨어뜨리고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땅이 눈물로 젖어갔고 헤르만은 그런 맥의 품 안을 더듬거리며 품 안에 있던 총을 전부 바닥에 내려놓았다.

"까마귀. 네가 나를 죽여줘."
"싫다."
"제발 죽여줘."
"싫다. 살아라 맥마나만. 살다보면 괜찮아진다."
"살아?"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허탈하게 내려놓고있던 맥은 빠른 속도로 헤르만의 멱살을 잡았다. 헤르만은 그런 맥의 행동에 제제를 가하지않았다. 맥은 헤르만의 멱살을 잡고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소리를 질렀다.

"왜 다 나한테 그러는거야!"
"맥..."
"토라도! 제임스 그녀석도! 내가 그 말을 듣고 지금까지 살아서 좋은게 뭐 있다고!"
"울지말고..."
"까마귀...부탁이야."
"싫다."
"사는게 고통이란 말이 뭔지 너는 알잖아."
"안다해도싫다."

맥은 헤르만의 멱살을 잡았던걸 풀고 그 자리에서 소리없이 울었다. 헤르만은 그저 그 앞에서 우는 맥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할 수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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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원을 빌려고?"
"안 되나요?"
"나는 네가 아프지않길 빌어달라할줄 알았어."
"다들 그렇게 생각하더라구요."
"아무래도 그렇지...그래서 정말 이거면 되는거야?"
"네."

맥이 자살하지 못하게해주세요. B는 그것을 소원이라 말하고 방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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