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마야를 찾았다. 마야는 대부분의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었지만 몇몇의 소원은 들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몇몇에 포함되는 것이 맥마나만이었다. 기억을 전부 지울 수 있다고, 백지가 되어버릴 수 있다고 믿으며 생을 이어나가던 맥에게 마야의 거부발언은 꽤나 충격적이었는지 근 며칠간 맥을 본 이는 아무도없었다. 마야를 찾았으니 조직은 해산되었고 다들 각자의 연락처라던가 주소를 알려주며 이별 후 만남을 계획하고있었다. 그것은 로쏘의 빌런인 B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조니워커의 번호 알고있어요?"
"번호는 모르지만 집주소는 아는데. 가르쳐줄까?"
"...네."

B는 맥의 집주소를 알고있으면서도 적어달라하였다. 마리안 포터는 흔쾌히 메모지 하나를 뜯어 집주소를 적어주었고 B는 메모에 적힌 주소와 자신이 아는 집 주소가 동일하다는 것에 안도했다.

B는 사람들이 다 해산된 후에야 자리를 옮겼다. 그가 상실감에 집에 틀어박힐 것이라는건 어느정도 예상은 한 일이었지만..맥의 집까지 걸어가며 B는 여러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았다. 만나서 어쩔셈인지부터 시작해서 그를 어떻게 하고싶은지까지. 일단 차분하게 맥과 이야기부터 해보자며 B는 맥의 집 문을 두드렸다.

"조니워커. 전해주고싶은 말이 있어요."
" "
"...조니워커?"

문 안에서 소리는 들리지않았다. 또 술을 먹은게 아닐까. 저 사람은 낮술도 가리지않을 사람이니까. 란 생각을하며 B는 혹시나 싶어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다행이라해야하는지 불행이라해야하는지 문은 잠겨있지않았고 B는 실례합니다. 라는 말을 하며 집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조니워커? 맥? 어디있어요?"

환기를 한번도 시키지 않은것인지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지독한 알콜냄새와 분명히 끊었다고 말한 담배냄새까지 물씬 풍겨왔다. B는 바닥에 널부러진 술병을 피해가며 맥을 찾았고 그를 발견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않았다.

"맥."
"왜 부르냐."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어쩔려고 문을 열어놔요?"
"문 앞에서 네 목소리가 들렸거든. 그래서 그냥 둔거다."
"맥."
"부르지마."

맥의 무심한 부탁을 B는 들어주며 반대편 소파에 앉았다. 소파에 반쯤 늘어진게 소파에 그가 잡아먹히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한 손에는 술을, 한 손에는 총을 들고있었기에 술에 취한 와중에도 주변경계는 잘하는가 싶어 묘한 안도감도 들었다.

"마야를 찾았으니 넌 어쩔꺼냐."
"다시 로쏘로 돌아갈까요?"
"그러가 감옥에 갇힌다."
"감옥생활도 해보는거죠."
"얼척없는놈."
"그러는 맥은요?"

B의 질문에 맥은 말문이 막힌듯 손에 든 술병을 들어 술을 들이켰다. 대낮부터 병째로 술을 마시는 맥을 말릴까하다가 B는 그만두었다. 그는 술에 취한쪽이 좀 더 솔직했으니까.

"사실 네 목소리가 잘 안들려."
"그래요? 가면 벗고말할까요?"
"아니. 그 문제가 아냐."
"그러면요?"
"원숭이가 계속 낄낄대며 웃어. 악마는 날 보며 꼴좋다고 비웃고있지. 넌 안 비웃는구나?"
"나같은 사람이 있으면 맥같이 환상을 보는 사람도 있겠죠."

B는 가면을 벗었고 맥은 술과 총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소파에 파묻혀가던 몸을 일으켜앉은뒤 팔을 뻗어 B의
얼굴이 손을 올렸다.

"네 소원은 마야가 들어주었을텐데...왜 넌 아직까지 아파보이는걸까."
"내가 무슨 소원을빌었다고 생각해요?"
"아프지않게해달라 빌지않았겠냐."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B는 자신의 눈가의 흉을 매만지던 맥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맥은 B가 스스로 말할때까지 기다리기로했다. 고통에 계속 살아갈 저 아이가 그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빌었던 소원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하긴했지만 맥은 캐물어 볼 용기는 없었다.

"말하면 맥은 화낼테니까 말 안할래요."
"혼날줄알면서 했다는게 더 나쁜짓인것같은데."
"나쁜짓 한 번 더한다고 제가 악당이 아닌건 아니죠."
"그놈의 악당악당...한번만 더 악당이라하면 혼낸다."

맥이 화내는건 무서운데... 라며 B는 제 얼굴에 여전히 올라가있는 맥의 손을 꽉부여잡은채 맥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근본은 다르지만 고통에 가득 찬 그들은 서로의 눈을 피하지않고 바라보았고 먼저 입을 연건 B였다.

"다른데로 이사갈까요?"
"어디로?"
"어디로든? 맥이 킬러로 살지않아도 되는곳. 제가 악당이 아니어도 되는곳."
"그런 곳이 있을까."
"있을꺼예요."

B가 처음으로 단호하게 말한것같다고 생각하며 맥은 허공에 있는 팬텀을 바라보았다. 팬텀은 어깨를 으쓱이며 해보던가.라고 조소를 지으며 말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맥은 자신의 손을 붙잡고있는 B의 머리를 다른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이제 너를 B가 아니라 제임스로 불러야되는건가."
"맥이 편하다면 B로 불러도 좋아요."
"...제임스라고 부를께. 그게 나을것같다."

맥은 자리에서 일어나 큰 가방을 하나 가져왔다. 그곳에 총기류들을 넣고 간단한 통조림도 넣고 옷가지도 몇 벌챙겼다. 그리고 토라의 사진도 잊지않고 챙겨넣었다.

"돈은 내껄 쓰자."
"저도 벌어놓은거 있어요."
"내 돈이 없어질때를 대비해서 아껴둬."
"맥 돈이 떨어질 말이 있긴해요?"
"돈이란건 원래 쓰기는 쉬워."

맥은 짐을 다 챙긴듯 가방을 옆구리에 들쳐메었고 B는 그런 맥에게 짐을 들어주겠다고 말하다 환자취급하지말라는 맥의 잔소리를 듣고 웃었다. 이 둘은 그렇게 매트로시티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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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가맥 - 서점 최군/글 2015. 2. 26. 17:19
헤르만은 작은 서점의 사장이었다. 서점에 입고하는 책도 제멋대로이고 위치 또한 찾기 힘든 골목길에 위치하고있었기에 손님이라곤 단골 손님밖에 없는 그런 서점의 사장이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손님이란건 헤르만에게 신기한 일이자 생각보다 흥미로운 일이 아닐수없었다. 그것도 어느정도 나이를 먹은 사람이 아닌 청년이 찾아오는 것은 더더욱말이다.

그 손님은 책을 주의깊게 보는 것같지않았다. 얼핏보면 아무 책이나 집어서 읽다가 페이지 넘어가는 소리가 몇 번 들리고는 그 책을 그대로 집어 계산 하러왔다. 그리고 바코드르 찍는사이 잡지코너를 보더니 예의 그 잠시만요.란 소리를 하고 늘 같은 여성지를 집어왔다.

"사은품이 있는데 드릴까요?"
"...아뇨."

질문에 짧게 생각하는 듯 하더니 아니라고 말한 그 손님은 책이 들어있는 봉투를 받아들고 서점 밖으로 나갔다. 내일도 오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하며 헤르만은 읽던 성경을 마저읽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손님은 똑같은 여성지를 골라왔다. 헤르만은 일순간 왜 같은 잡지를 또 사가는지 알 수없었다. 어제도 받아가지않은 사은품이지만 손님에 대한 예의였으므로 헤르만은 어제와 같은 질문을 했다.

"사은품이 있는데 드릴까요?"
"...네."

어제와는 다른 대답을 하며 그 손님은 부끄러운 듯 시선을 돌렸다. 헤르만은 그가 귀엽다고 생각하며 사은품인 파우치를 봉투안에 넣어주었다. 봉투를 건네받은 그는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서점을 재빠르게 나갔다.

"생각보다.."

귀엽군.이라고 중얼거린 헤르만은 그가 사갔던 여성지를 한 번 펴보았다. 말이 여성지고 실제 내용은 화장품 광고가 대부분이고 화장법 몇개와 가십거리가 실린 그냥 평범한 잡지였다. 다른 여성지에 비하면 내용 훨 부실한 그런 잡지.

어찌되었건 그 손님은 매일왔고 여성지는 한 달에 한번 사가며 사은품은 꼭 챙겨갔다. 그리고 문을 안 열었던 다음날에 온 그 손님은 헤르만에게 물어보았다.

"언제 쉽니까?"
"쉬는 날은 정해져있지않습니다만...왜 그러시죠?"
"어제 안 열려있어서.."

말을 끝맺지는 않았지만 그가 어제 서점까지 왔다가 헛걸음을 했을것이란건 헤르만도 알 수있었다. 이때까지 손님들은 그렇게 갑작스레 문을 닫아도 별 다른 말을 안했기에 넘어갔었지만 그 손님으로 인해 헤르만은 쉬기 전 날 손님들에게 다음날은 쉽니다. 라고 말을 하기시작했다.

그 손님이 헤르만의 서점에 드나든지 벌써 두계절이 지났다. 때늦은 겨울에 몰아친 폭우를 예상하지 못했는 듯 그는 젖어버린 코트를 입구에 걸고 젖어버린 흰 머리를 털고 서점 안으로 들어와 책에 손을 대지 않고 제목 만을 바라보았다. 헤르만은 그런 그에게 수건을 주었고 그는 처음에 사양하는 듯하더니 이내 책과 멀리 떨어져 머리를 수건으로 털었다.

"오늘 비가 온다했는데...모르셨습니까?"
"라디오가 고장났습니다."

어제 고치려했다가 까먹었거든요.라고 말하며 그는 제 머리를 털었던 수건을 정리하여 헤르만에게 건네주었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도 잊지 않고. 그는 단편집 한 권을 골랐고 헤르만은 책을 담은 봉투와 함께 우산을 건네주었다.

"아뇨...그냥 뛰어가면 됩니다만."
"그래도 쓰고가십시요."
"그럼 사장님은 뭐 쓰실려구요."
"하나 더 있으니 괜찮습니다. 찝찝하거든 내일 가져다 주시면 되는거아닙니까?"

헤르만은 그에게 우산을 쥐어준채 밖으로 내몰았고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럼...내일 들고오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우산을 쓰고 빗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날 헤르만은 비를 맞고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서점에 오지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비가 쏟아지던 그 3일 내내 그는 서점에 오지않았다. 그날로부터 3일이 지난 후 그가 늘 사가던 책의 마지막권과 매달 사가던 여성지가 입고되었다. 그는 그것을 알기라도 한 듯 3일이지난 그 날 서점에 들어왔다. 그는 그렇게 마지막권을 들고 계산대에 서며 우산을 건네주었다.

"다음날 들고왔어야했는데...죄송합니다."
"이렇게 돌려주러 오셨으니 되었습니다. 감기에 걸리셨습니까?"
"다행히 감기는 안 걸렸습니다."

헤르만은 그가 여성지를 집어올때까지 기다렸고 그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건네주었다. 잡지가 들어온 것을 모르는 것인가 싶어 헤르만은 물어보기로했다.

"xxx2월호. 들어왔는데 가져다 드릴까요?"
"...아뇨. 이제 안 사가도 되거든요."

그의 말에 헤르만은 포장을 다 한 책을 그에게 건네주어야함에도 잠시 멈췄고, 그는 그 것을 헤르만에게 가져가면서 코트를 여몄다.

"사장님. 그동안 실례많았습니다."

그는 그런 말을 남기고 마지막 권과 함께 다시는 서점에 오지않았다. 그리고 그 날에 맞추어 장마도 끝이났다. 헤르만은 늘 읽던 성경을 놔두고 그가 읽던 책을 읽기시작했다. 그리고 그 책을 집을 때마다 한 가지 생각을 했다.

"이름이라도 물어볼껄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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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 - 악력 최군/글 2015. 2. 23. 02:37
"너. 손 악력이 생각보다 쎄구나."

맥은 빨개진 제 손을 털며 말했다. 그 앞에서 그걸 보고있던 비는 미안한듯 눈을 피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아주 사소한 사건때문이었다.

이상하게 그 날따라 맥은 손에 쥐고있는 것을 자주 놓쳤다. 다행히도 오늘은 맥에게 임무는 없었고 떨어뜨린 물건이라 해봤자 마시던 콜라캔이나 포크. 그리고 메두사와 세이렌같은 일상적인 물건들밖에 떨어뜨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맥의 옆에서 비는 떨어뜨린 물건들을 주워주었다.

"오늘따라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네요..."
"그러게말이다."
"손에 힘이 부족한건아니예요?"
"그럼 총은 어떻게 쏘냐."

그렇게 말하는 순간 맥은 들고있는 펜을 떨어뜨렸고 비는 자연스레 몸을 숙여 펜을 잡았다. 비는 맥에게 펜을 건네주었고 맥은 고맙다고말하며 펜을 다시 쥐었다. 펜을 쥔 맥의 손은 당장이라도 떨어뜨릴것만큼 느슨하게 쥐고있어서 비의 불안을 가증시킬뿐이었다.

"시말서 쓰기가 싫은거에요? 아니면 그냥 펜을 잡는게 싫은거예요?"
"뭔 소리냐."
"펜을 잡고있다기보다는 손에 그냥 걸친것같아서요."
"쓰기 싫기는 하지만...내가 펜을 그렇게 잡나?"
"...네."

맥은 비의 대답을 들은 후에야 펜을 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나름 단단하게 쥐고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보였나...라고 생각하며 손에서 펜대를 굴렸고 몇 번 지나지않아서 또다시 펜을 떨어뜨렸다.

"..."
"미안하다."

비는 또다시 펜을 잡아 맥에게 건네었고 맥은 미안하다고 말하며 펜을 잡으려했다. 펜을 잡으려는 맥의 손을 비는 낚아채어 마치 악수를 하듯 맥의 손을 잡았다.

"...너 손 만지는걸 한 번 허락해줬다고 말이지..."
"한 번만 손에 힘줘서 제 손 잡아주세요."
"그러니까 손 힘의 문제가 아니라니까."
"한번만요."

제 눈을 똑바로 보며 말하는 비의 눈을 맥은 제대로 보지못하고 시선울 피했다. 비는 아무말없이 맥의 손을 잡고있었고 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악수한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맥...귀찮은건 알지만 제대로 해주면 안될까요?"

맥은 어이가 없다는듯 비를 쳐다보았지만 비의 얼굴에는 장난끼라고는 전혀 묻어나오지않았다. 맥은 차마 제 손의 힘을 다 준것이라 말할 수가없었다. 연상의 자존심인지 아니면 나이에 상관없는 남자의 지존심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맥은 손에서 힘을 빼었다.

"그럼 해보지그러냐?"
"...저..요?"
"그래. 너도 솔직히 손 힘이 강해보이지는 않거든."
"강..하거든요...?"

맥은 전혀그래보이지않는다며 비를 장난스레 놀렸고 비또한 욱해서 그런것인지 악수한 맥의 손을 만지며 맥에게 말했다.

"정말 쎄게 잡을꺼예요?"
"그래.그래봐라."

맥은 대수롭지않다는듯 악수한 손을 그대로 내버려두었고 비는 정말 할께요.라고 하며 한순간 손에 힘을 쎄게 주었고 맥은 순간 비명을 지를뻔했다. 아파서 미간을 찌푸린 맥을 본 비는 바로 손에 힘을 풀었지만 그 충격이 어디 가는건 아니라서 맥은 제 손을 만지작거렸다.

"마...많이 아팠어요?"
"...아냐. 안 아팠어."
"정말요?"
"정말로."

그러먄서 맥은 만지작 거리던 제 손을 가만히 내버랴두었고 비는 힐끗거리며 맥의 손을 바라보았다. 흰 손은 어느새 제 손모양 그대로 붉게 물들어있었기에 비는 입을 우물우물대다 맥에게 한번 더 물어보았다.

"정말 안 아파요...?"
"...아니."
"...죄송해요."

비는 그런 맥의 손을 주물거리며 빨개진부분을 없애려 노력했지만 그 손자국은 생각보다 오래가는듯했다. 맥은 되었다는듯 술구머니 손을 빼었다.

"너. 손 악력이 생각보다 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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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 - 돌연변이 최군/글 2015. 2. 22. 04:52
"조니워커. 들립니까 조니워커?"

맥은 주위가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슬금슬금 올라오는 기분나쁜 검은색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웠는데 자신을 부르는 보이스의 목소리와 울음끼가 섞인 제임스의 목소리를 듣다 이내 정신을 잃었다. 그날 임무는 실패했다.

돌연변이에게 공격을 받은 맥은 깨어났을 때 밤이 아니라 자신의 눈이 안 보인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눈을 안 보이게하는 성질이 몸에 영원히 있는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빠진다는 점이었다. 닥터 하이드로의 말에 의하면 짧으면 삼일. 길면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사과하러 온거냐?"

분명 눈이 보이지않음에도 불구하고 맥은 제임스를 보며, 정확히는 제임스가 있는 방향의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임스는 고개를 숙인채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맥의 손 끝을 잡았다.

"죄..송해요..."

제임스는 죄송하다는 말만 연신 내뱉었다. 맥은 그런 제임스의 얼굴쪽에 손을 뻗어 더듬거리며 제임스의 얼굴을 만지더니 이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완전히 실명한것도 아니란다. 그러니까 괜찮아."
"하지만..."
"하지만 뭐."
"제가...보이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만 않았어도...이렇게는 안 되었을꺼잖아요."

제임스는 자신의 죄를 토하듯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내뱉었고 맥은 잠시 침묵했다. 그 짧은 침묵에 제임스는 자신이 맥에게 미움받을까봐 두려웠고 이내 그 생각에 울음이 터져나왔다.

"죄송해요...죄송해요 맥..."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연신 죄송하다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제임스의 목소리를 맥은 아무말 없이 듣기만했다. 그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켜서 오히려 제임스의 불안을 더 가증시킬뿐이었다.

"B."
"...네."
"애초에 네가 보이스 목소리를 잘 들을꺼란 생각는 안 했다. 넌 싸우면 이성이 없어지니까."
"..."
"그리고 그런 너에게 오는 적을 견제하는게 후방에서 싸우는 내 역할이지."
"무슨 말이 하고싶은거예요?"
"...내 실수였다는거야."

아니..예요!라고 소리치며 제임스는 의자에서 벌떡일어났고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에 맥은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그 조금 찌푸린 것에 제임스는 초조해하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내 실수였어."
"제가 잘못한거예요."
"너 내가 말하는걸 뭘로 들은거냐..."
"그럼 제 역할은 뭔데요!"

제임스는 답답하다는듯 다시 한번 큰소리를 질렀고 맥은 보이지도 않으면서 버릇적으로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이지않아 초점을 잃은 맥의 눈을 보며 제임스는 울음끼가 잔뜩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런 당신을 지켰어야했어요."
"...그래. 그럼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하자."
"싫어요."
"이상한데서 고집부리지마라."
"싫어요. 어디로보나 내 잘못인데 왜요? 보이스의 돌연변이가 나타난다는 예고를 무시한 건 저인데!"

제임스는 이내 울면서 말했고 소리질러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닦았다. 맥은 그런 제임스의 얼굴에 있는 눈물을 닦아주며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을했다.

"목쉰다. 차분하게 이야기해보자."
"...눈도 안 보이는 사람이 왜 이렇게 차분한데요."
"영원히 안 보이는건 아니라니까."
"진짜 태평해요...진짜 걱정하는 사람 속만 다 긁어놔..."
"새삼."

결국 내잘못이네.라고 주장하는 누구도 이기지 못할 싸움은 그만두고 맥이 다 나을때까지 제임스가 간호를 하기로했다. 맥은 아픈놈한테 간호를 받다니!라며 웃었고 제임스도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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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임무를 자주 같이 나간다고 B는 생각했다. 제 앞에 있는 닉네임 조니워커 또한 그런 생각을 할지 한 순간 궁금했졌으나 그 의문을 회복제와 함께 삼켰다. 조니워커란 닉네임을 가진 이 남자는 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고 노래는 어찌나 시끄럽게 듣는지 저한테도 노래 소리가 다 들렸다. 제 앞의 적을 보는데 급하기에 한 번도 조니워커가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지만 저렇게 소리가 들리지않는 상태로도 잘 싸운다 싶었다.

"보고는 내가 하마."
"네? 또..요..?"
"그래. 내가 할테니 넌 집에 먼저 가라."

그렇게 임무가 종료되면 늘 먼저 자신이 보고하겠다며 통보를 해버리고는 문을 열어 먼저 가버린다. B는 그런 조니워커의 행동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무어라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렇게 서먹하게 같이 임무를 한 지 몇번이 지났을까. 저에게 너무 무모하게 싸운다며, 기습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그에게 B는 고마움을 느끼고있었다.

"그라믄 고맙다카면되는거지. 멀 고민하고 자빠졌누?"
"해볼려고 했는데 말이죠..."

B도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안 해보려는 건 아니었지만 늘 그 놈의 이어폰이 문제였다. 저 이어폰 고장나 버리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지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긴도 해보았다.

"저...조니워커!"

그래서 힘겹게 큰 소리를 내어 불러보았지만 노래소리이 묻혀서 안 들리는 것인지 맥은 대답을 하지않은채 보고할 내용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후에도 몇번을 불러보았지만 그 때마다 맥은 노래를 듣고있었다.

"타이밍 한 번 죽여주는구마."
"놀리지말아주세요..."

그런 B의 사정을 아는 비광은 B의 고민 상담과 동시에 놀려먹기도 자주했지만 며칠째 고맙다고 말하지 못하는 B를 보며 조금 측은해하기도했다.

"그라믄 이름을 불러삐라. 놀래가꼬 봐삐구로."
"늘 부르고 있어요."
"아니 그 요상한 닉네임? 그란거 말고."
"...제가 어떻게 이름을 알아내요..."

그그는 인자 고민해봐야긋제. 라고 놀리는 듯함 말투로 말하는 비광을 보며 B는 한숨을 쉬었지만 생각보다 그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베니의 오래된 서류정리를 도와달라는 부탁에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서류 정리를 도와주고 있을 때였다. 생각보다 정리할 서류들은 많았고, 아무리.정리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서류들을 보며 베니는 조금 쉬었다하자며 음료수를 사러나갔다. B는 그런 베니를 기다리며 조금조금씩 서류들을 정리했다. 그러다 발견한 선수등록서류들을 본 B는 일순간 충동에 휩싸였다.

"...조니..워커...제이...제이..제이..."

베니라면 ABC순으로 정리해놓지않았을까...라고 생각하며 B는 조니워커의 선수등록서류를 찾기시작했고 얼마되지않아 그것을 찾을 수 있었다. 맥의 무심해보이는 얼굴과, 그의 본명이 적힌 선수등록서류. B는 몰래 나쁜짓을 하듯 슬쩍 서류에서 이름을 보았다.

"...맥 마나만이 아니라 맥마나만이구나...특이한 이름이네."

베니가 오기전에 서류를 원래대로 해놔야 하는걸 알면서도 B는 맥의 선수등록서류를 쳐다보며 맥의 이름을 부르는 걸 연습했다.

"맥마나만...맥마나만...아 부르기 좀 어렵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부끄러운듯 종이로 얼굴을 가리고는 입술을 달싹이며 뜸을 들이더니 이름을 내뱉었다.

"맥...맥......"

종이에 가려져있는 B의 얼굴을 대신하듯 새빨개져있는 귀와, 긴 텀을 두고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는 잠시 멈추더니 다시금 이름을 내뱉었다.

"스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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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 - 손 최군/글 2015. 2. 22. 00:17
"이러는거 싫지않아요?"

B는 자신과 마주앉은 맥의 장갑을 벗기면서 질문을 던졌다. 맥은 평소에도 제 말에 대답을 잘 해주지않았기에 답을 바라지 않은 질문이었지만 이때만큼은 맥은 대답을 해주었다.

"싫으면 벌써 총을 쐈겠지."

그런 맥의 대답에 작게 웃은 B는 그러네요. 라는 대답과 함께 맥의 손에서 벗겨낸 장갑을 고이 접어 자신의 앞에 놔두었다.

"언제는 싫다더니."
"만져도 좋다고 했으니까요."
"괜히 허락했군."

맥은 그러면서도 B가 잡고 있는 제 손을 빼지 않았고 B는 그런 맥의 손을 마주잡아 깍지를 꼈다. 깍지를 낀채 엄지손가락만을 움직여 맥의 손을 쓰다듬은 B는 맥의 표정을 살폈다.

"왜 그러냐?"
"정말 괜히 허락했다고 생각해요?"
"..시끄러워."

그것이 맥이 대답을 회피하는 버릇임을 알았기에 B는 깍지를 낀 손가락을 천천히 빼내고 맥의 손바닥을 약하게 손톱으로 긁었다. 맥은 기분이 묘한듯 미간을 찌푸렸고 B는 그것을 놓치지않았다.

"죄송해요."
"됐어."
"그냥...갑자기 그러고 싶었어요."
"후...그래. 괜찮으니까 마저 해."

찌푸렸던 미간을 핀 맥은 B가 하는 행동을 잠자코 바라보았다. 제 손바닥을 부드럽게 훑으며아래로 내려간 B의 손은 제 손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몇 번을 손목을 쓰다듬던 그 손은 다시 위로 올라와서 손가락을 쓰다듬다가 다시 깍지를 꼈다.

"손목은 왜 만졌냐."
"그냥요...그냥 그러고 싶었어요."

B의 그런 대답에 맥은 더이상 캐물어보지않았다. 이 기묘한 손장난이 시작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에는 비가 맥의 손을 잡아도 되냐고 물었고 맥은 늘 그렇듯 언제든지 만져도 좋다고 허락했다.

"저..왼손도...만져도될까요...?"
"...자."

망설이다 힘겹게 허락을 구하듯 물어보는 B의 노력이 가상해서 허락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의미를 두지않는 것인지 맥은 왼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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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이 맥을 부르는 호칭은 빠른 시일 안에 변해갔다. 처음에는 킬러 아저씨. 그 다음에는 아저씨. 그 다음은 조니형. 요근래는 그냥 맥, 혹은 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에 비해 맥이 톰을 부르는 호칭은 늘 한결같았다.


"투수. 콜라가 좋냐, 사이다가 좋냐."

"형 집에는 콜라밖에 없잖아요."

"사이다가 마시고 싶으면 밖에서 사오라는 뜻이지."

"그냥 콜라 먹을래요."


맥은 알았다고 말하고는 냉장고에서 콜라 한 캔을 꺼내서 톰에게 쥐어주었다. 톰은 캔의 끝 부분을 만지작거렸고 맥은 소파에 앉아서 기원전 영화DVD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래서 뭐 볼 껀데요?"

"고민 중이다."

"고민해봤자 매일 보던거만 볼 꺼잖아요. 안 지루해요?"

"지루하기보다는 익숙해서 좋지."

"익숙한게 좋아요?"

"아마도."


맥은 애매한 답을 남기고는 CD를 꺼내 플레이어에 넣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톰은 콜라 캔의 뚜껑을 열어 콜라를 홀짝거렸다. 톰이 콜라를 다 마셔갈 때 쯤 영화는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여자 배우가 이쁘네요."

"그렇지."

"그런데 스토리는 별로다."

"그렇지."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맥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톰은 그런 맥의 반응에 지쳤는지 빈 콜라 캔만 만지작거렸다. 톰은 맥의 영화 취향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같이 영화 보는 것을 관두지는 않았다. 톰은 익숙해져버린 대사따라하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간 또한 익숙해져버린 것이라고 생각하기로했다.


"영화 끝났네요."

"다른거볼까."

"배고픈데..."

"그럼 먹으면서 보면 되는거지. 라면 끓일껀데 먹을꺼냐."

"저 많이 먹을껀데!"


맥은 새삼스럽다는듯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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